모퉁이 아이
사람 사이의 길에서 모퉁이를 만날 때 우리가 대처하는 자세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모르는 길을 가다 보면 모퉁이에 다다를 때가 있다.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지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울퉁불퉁한 길이 나올 수도 있고 좁고 험한 길을 만날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길이 있다. 양지안 작가는 이것을 ‘마음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 마음의 길은 곧고 평평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구불구불해서 불편하기도 하다. 『모퉁이 아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잔뜩 웅크리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다루었다. 엄마의 재혼, 그리고 또 이혼을 반복하는 가족의 변화를 겪으며 마음의 상처를 다독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때 만난 언니와의 애틋한 가족애를 놓지 않으려는 행동 하나하나에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이 들어 있다. 세영이의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언니는 어른들 마음대로 언니와 동생으로 이어 주었지만 끊는 건 우리 둘의 마음에 달린 거라며 세영이의 다친 마음을 보듬어 준다. 세영이는 새 가족이 떠난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면서 언니가 건넸던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지금 길모퉁이에 서 있는 거야.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지 걱정할 거 없어. 걱정한다고 달라지나? 뭐가 나올지는 가 봐야 알 수 있어. 그냥 가 보는 거야, 씩씩하게.” 이 말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라는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는 문장이다.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마음이 있어야 하고, 또 그 마음을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표제작 『모퉁이 아이』 외에도 『닭 잡는 날』 『기역과 히읗 사이』 『나라를 구할 거야』 역시 할머니와 나, 엄마와 아들, 친구와 이웃 등 매일 만나고 부딪히는 우리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네 편의 동화를 들여다보면 너와 나의 진심이 맞닿을 때 비로소 주변이 밝아지고 훈훈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표현할 줄 아는 용기’라는 걸 알려 준다.